레디스(Redis)는 오랜 시간 동안 오픈소스 진영의 핵심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기업들의 무단 상업적 활용 문제와 함께 라이센스 전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레디스의 주요 라이센스 변화와 그 배경, 오픈소스 철학과의 충돌,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영향 등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라이센스: 레디스의 변화와 전환의 배경
레디스는 처음에는 BSD 라이센스를 채택해 자유롭게 사용과 수정이 가능한 오픈소스로 배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레디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개발했지만, 대형 플랫폼은 이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했고, 원 개발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레디스의 상위 모듈 중 일부는 Commons Clause, 이후 SSPL(Server Side Public License)로 전환되었고, 마침내 2024년 초부터는 Redis 본체 또한 SSPL로 라이센스가 변경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상업적 활용은 SSPL 조건에 맞는 소스코드 공개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단순한 오픈소스 사용과는 다른 제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유소프트웨어 진영, 특히 OSI(Open Source Initiative)와 충돌을 일으켰으며, SSPL은 공식적인 오픈소스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레디스는 "소스가 공개된 상업용 소프트웨어"라는 경계에 놓이게 되었고, 이를 두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여전히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철학과 실용의 충돌
레디스 라이센스 전환은 오픈소스 철학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기 오픈소스 운동은 자유와 공유, 협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BSD, MIT, GPL 등은 사용자의 자유로운 사용과 수정, 배포를 보장해 주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익화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무단 활용하면서, 개발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보호장치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SSPL은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사용 자체는 자유롭지만, 클라우드에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려면 전체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은 대기업의 무단 이용을 억제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이는 MongoDB가 처음 SSPL을 채택하면서 시작된 흐름이었고, 이후 ElasticSearch와 Redis도 이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픈소스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SSPL이 오히려 오픈소스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자유로운 사용의 제약, 법적 복잡성, 라이센스 호환성 문제 등은 개발자들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SSPL은 OSI로부터 오픈소스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이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는 Debian, Fedora 같은 주요 리눅스 배포판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클라우드: 대형 플랫폼과의 갈등
레디스 라이센스 변화의 중심에는 '클라우드 기업의 독점적 수익화'라는 갈등 구조가 존재합니다. Amazon은 오픈소스 Redis를 활용해 ElastiCache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는 레디스 커뮤니티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개발자는 수익을 얻지 못한 채,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이를 서비스화하여 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점차 문제시되어 왔습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오픈소스는 더 이상 '무료 배포'라는 개념으로만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유료 고객 대상의 서비스화, 관리형 DB로의 상품화 등으로 인해,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 보호에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SSPL이나 BSL 같은 새로운 라이센스가 탄생했고, Redis도 이 흐름에 동참하며 전통적 오픈소스에서 벗어난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클라우드 사용 기업들에게는 큰 영향을 줍니다. Redis를 기존처럼 활용하려면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라이센스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Redis 호환 솔루션인 Valkey, KeyDB 등으로 이전을 고려하거나, AWS처럼 Redis와 호환되지만 별도 유지보수가 가능한 포크 버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레디스의 라이센스 변화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닌,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자유로운 사용’과 ‘공정한 보상’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이제 오픈소스는 이상이 아닌 비즈니스 전략으로도 다뤄져야 합니다. 기업과 개발자는 변화된 라이센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따라 기술 도입과 활용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SSPL 시대의 레디스, 그것은 단지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픈소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